• 최종편집 2024-03-18(월)
 


 


▲ 히말라야 영봉과 티벳


“The power of music to integrate is quite fundamental. It is the profoundest non-chemical medication.” - Dr. Oliver Sacks, THE AWAKENINGS

 

순결한 영혼의 땅 티벳(Tibet)... 티벳 사람들은 수 천 년 장구한 세월 동안 히말라야 설산 영봉 아래 그들만의 지혜를 간직한 채 살아 왔다. 지리적 고립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티벳 땅은 지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건강한 영혼을 지닌 곳으로 불린다. 인류를 위한 ‘오래된 미래’를 간직한 곳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영혼이 맑은 티벳 사람들은 육체가 건강하다. 그리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어느 문명화된 선진국가보다 높다. 티벳 사람들이 오랫동안 간직하고 신앙해 온 고대의 지혜 중 하나는 바로 ‘소리’(sound)이다. 각종 금속을 다양한 크기의 그릇 모양으로 만들고 그릇의 가장자리를 두툼한 막대로 문지르거나 두드리며 내는 진동 소리. 이른바 티벳 명상 주발(Tibetan Singing Bowl)이 내는 낭랑하면서도 맑고 고운 진동 소리는 티벳인의 건강한 육체와 영혼을 지켜온 핵심 비결 중 하나로 통한다.

 

명상 주발이 빚어내는 신비의 소리

          

▲ 다양한 형태의 딩샤


현지어로 딩샤(Ting-Sha)라 불리는 이 주발(bowl)을 티벳 사람들은 오랜 옛날부터 영력을 지닌 소리 도구로 활용해 왔다.

불교가 전래된 이후에는 수도승들의 명상과 수행을 돕는 보조 수행 도구로 이용돼 왔고, 종교 혹은 제사 의식이나 전통 음악 연주용으로 이용되어 왔다. 옛날 일부 지역에서는 식기로 이용되기도 했다. 명칭도 다양하다. 명상 차크라 주발(meditation chakra bowl), 힐링 명상 주발, 히말라야 명상 주발 등으로 불린다.

 

티베트의 옛 문헌에 의하면 태양계의 태양(금), 달(은), 화성(철), 금성(동) 등 태양계의 7개 행성을 나타내는 성스러운 7가지 금속으로 만들었다고 기술되어 있으며, 전설에 따르면 히말라야 산 정상에 떨어진 운석에 들어 있는 철과 그밖의 금속들로 만들었다고도 한다.

 

주발의 가장 대표적인 용도는 역시 소리를 통한 치유(sound treatment or therapy)에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이 주발을 전인(holistic) 치유를 위한 사운드 마사지(sound massage) 도구로 칭하기도 한다. 티벳 사람들은 이 주발의 진동 소리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잡념을 떨치게 하며, 원기를 충전시켜 준다고 믿는다. 이 주발의 소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순수한 삶의 에너지를 경험하고, 탐욕, 분노, 폭력성, 고립감 같은 부정적 감정들이 완화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티벳과 문명사회 간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이 주발이 문명 세계의 큰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도시의 명상센터, 일반 가정, 대체의학병원, 요가센터, 마사지테라피 센터에서 필수 소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주발의 소리는 인간 뇌의 활동을 촉진시키고, 신경계통을 진정시키며, 공기나 물의 정화에도 도움을 준다는 실험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주발의 소리에 담긴 신비의 근원은 과연 무엇일까?

          

▲ 명상주발을 연주하는 승려


옴마니밧메훔

 

티벳 불교에서 수행자들은 주문 암송(mantra 혹은 chant)을 할 때 ‘옴마니밧메훔~’(OM MANI PADME HUM)을 반복한다. 옴(aum 혹은 om)은 고대 인도 철학에서 개벽의 소리로 통한다. 태초에 ‘옴’이라는 생명의 소리와 진동이 있었고 거기서 만물이 생겨났다. ‘훔(hum)’은 생명의 결실을 의미한다. 모든 생명을 머금고 있으며 모든 생명이 성숙하여 하나가 되는 생명의 근원의 소리이다. 불교에서는 온갖 고난을 뛰어 넘어 궁극적으로 도달한 깨달음의 조화 세계를 나타내는 소리가 바로 훔이며, 광명의 바다, 부처의 마음, 생명의 마음이다. 만물이 생장하여 결실을 맺고 사멸하는 가운데 우주의 본심을 깨닫고 건강한 광명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기를 염원하는 간절함이 이들의 주문 속에 들어 있다.

 

티벳은 고대로부터 사상적으로 인도의 영향을 받았고, 또 북인도에서 탄생한 불교 사상을 인도나 중국을 통해 받아들였다. 물론 티벳에는 그 이전에 뵌뽀(Bon-pa)교라 불리는 토템 신앙이 있었다. 티벳은 비록 불교와 같은 외래 문화의 침입을 받긴 했으나 민간을 중심으로 한 전래의 토속 신앙을 효율적으로 혼합시키거나 존속시켜 왔다. 어떤 경유로든 태초의 소리, 생명 개시의 소리인 ‘옴~’과 깨달음의 소리인 ‘훔’은 티벳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존재해 왔다.

 

‘옴~’은 엄밀한 의미에서 진동(vibration)에 가깝다. 바람이 공기를 가르고 움직이면 소리가 만들어진다. 인도 철학에서 말하는 우주의 시작 원리와 같다. 티벳 사람들은 인도인들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근원이 5가지 원소(5원소)에 있다는 유물론적 우주관을 오랫동안 지녀 왔다. 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작은 우주, 즉 소우주(microcosm)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근원도 5원소이며, 그 생명의 시작은 당연히 우주의 진동 소리와 똑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밖에 없다.

 

결국 ‘옴~’은 대우주의 시원(始原)의 소리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생명의 소리, 생명의 파동(진동)과 동일한 것이다. 우주에는 생명의 파동이 존재하며, 인체의 기능도 정상적인 파동이 존재할 때 비로소 건강하게 작동할 것이다. 티벳 명상 주발은 심신이 손상된 인간에게 우주의 시원의 파동을 전달함으로써 건강을 회복케 하는 신비의 힘을 담은 도구인 셈이다.

 

주발을 막대로 원을 그리며 문지르거나 두들기면 신비로운 공명과 파동을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흐트러진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다. 깊고 천천히 다가오는 신묘한 울림은 우주의 에너지 파동 그 자체이다. 맑고 깊은 진동음은 치유의 효과도 가지며, 의식을 각성시켜 사람과 우주가 하나가 되게 한다. 의식이 각성된 상태에서는 호흡도 우주와 공명하게 된다.

 

샤머니즘인가 과학인가

 

인도출신의 하버드대 의학박사이며, 대체의학의 황제라 불리는 디팍 초프라(Deepak Chopra)는 자신의 저서 <양자치료법>(Quantum Healing)에서 홀리스틱 사운드(Mantra 같은 성스러운 소리)인 훔(Hum)과 같은 소리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언급했다.

 

쵸프라는 이렇게 말한다. “‘훔’이라는 소리는 병 치유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인간 몸속의 생명을 통일적으로 치유하는 소리인‘훔’이라는 사운드는 인체의 모든 세포를 동시에 진동하게 한다. 영국의 한 과학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시험관에 암세포를 넣어 ‘훔’ 소리를 쏘아준 결과 암세포는 진동 후에 터져 버렸고, 인체의 보통 세포를 시험관에 넣고 ‘훔’소리를 쏘아 주었더니 더욱 더 건강하게 잘 자랐다.’”

 

티벳 사람들이 주발의 소리를 통해 명상을 하고 마음을 수양하는 것은 치유를 위한 행위이자 깨달음으로 가는 방편이다. 이들이 외우는 주문(呪文)은 오히려 현대 과학이 규명하고자 했던 파동의 원리와 그 효능을 이미 담고 있는 셈이다. 그 주문과 소리 안에서 발생하는 힘은 생명체에 질서를 부여하고 조율하는 종합적 권능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훌륭한 영적 처방 약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주문(呪文) 속에 내장된 금선(琴線)을 울리기만 하면 파동의 혁명이 일어난다. 샤머니즘은 종종 현대 과학의 우매함을 드러내 준다. 육체와 마음을 이원론적으로 이해하려는 현대 과학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일 것이다.

 

최근에는 서구 과학계의 접근 방법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파동이나 사운드(sound)에 대해 지대한 관심과 연구를 기울이고 있다. 파동경영, 파동건강, 파동음악 같은 개념들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소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학적인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LA)이나 스탠포드(Stanford)대학에서는 소리가 인체의 질병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인체는 파동체

 

소리는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소리가 80 데시벨이 넘으면 소음이고, 100데시벨이 넘으면 인체에 물리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공항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항상 120 데시벨에서 140 데시벨의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데, 임산부인 경우 미숙아를 출산하거나 유산을 할 확률이 무척 높다. 또 난청, 정서불안,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는 음향병기라는 인명살상용 무기를 연구하고 실험하기까지 했다. 소리의 파장은 에너지 형태를 띠고 있다. 그래서 돌이나 다리가 일정한 진동으로 인해 무너지기도 하고, 소리의 종류에 따라 뇌와 혈액순환, 신진대사, 내장활동 등이 달라지기도 한다.

 

소리와 진동은 의학적으로 질병 치료에 점차 많이 활용되고 있다. 현대 생물학이나 소리공학에 따르면 인간 생체의 세포는 소리의 공명기(共鳴器)라고 한다. 우리 온 몸의 세포가 가장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소리라는 것이다. 소리의 진동 중에서도 어떤 것은 인체에 가해질 때 조직과 세포 사이에 미묘한 메시지로 작용한다. 그 결과 혈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신진대사, 신경 전송 시스템, 내분비선의 움직임을 활발히 하는데 도움을 준다.

 

미국의 심리학자 아서 재놉(Arthur Janov)은 ‘고함요법’ (Primal Therapy)을 만들어 스님들이 고성 염불을 하듯 소리를 크게 지속적으로 지를 경우 혈압이나 혈당이 정상치로 되돌아 온다고 밝혔다. 이것은 단순히 소리를 통해 스트레스가 해소됐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가 체내에서 불완전한 유해 물질을 순화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만트라(주문) 수행을 시켰더니 83%에 이르는 사람들이 약물 사용을 포기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육체는 깨달음의 도구

 

고대 티벳인들은 단순히 인체 공명 효과와 이를 통한 건강관리를 위해 주발의 진동과 소리를 찾아 냈을까. 아니다. 거기에는 더 큰 목표가 있다. 바로 깨달음이다. 고대 인도나 티벳 철학에서는 육신의 구조를 기(氣)와 생명력(프라나 또는 정수)으로 이루어진 정신물리학적 체계로 간주했다.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우주 에너지와의 합일이 필요했고, 또 이를 위해서는 기(氣)와 기의 통로(나디 혹은 Chakra)를 정화하는 것이 선결 요건이었다. 소리, 즉 진동이 7가지 차크라에 대응하는 활성음의 형태로 조율이 되어 인체에 다가올 때, 그 파동음들은 심신의 안정과 의식의 각성을 유발함으로써 궁극적인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육체와 정신의 합일. 유물론에서 시작하여 변증법적인 발전이 이뤄지는 논리 구조. 현대의 그 어떤 사고체계보다 치밀하고 지혜가 번뜩인다. 이같은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육체는 건강해 질 수밖에 없다. 티벳 사람들의 오랜 영적 지혜는 오늘날 티벳 의학의 명성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필자: 송하영(웰니스투데이 발행인)]
(* 본 컬럼은 웰니스투데이의 전신인 월간스파라이프에 소개(2008년)되었던 내용이며, 일부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다시 게재해 드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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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컬럼] 티벳 전통 사운드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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