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03(화)
 

스위스 사람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집은 일상에서 드러난다. 거창한 목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습관과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데 개개인의 노력은 대단하다. 이런 현지인들이 자기가 사는 고장을 즐기는 방법은 대규모 관광객들이 여행하는 법과는 사뭇 다르다. 취리히와 발레에서 사는 두 현지인을 따라, 소소한 행복을 찾는 여행법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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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트 강 청소는 내게 맡겨라 - 플라스틱으로 수영복을 만드는 취리히(Zürich)


라운드 리버스(Round Rivers)의 창업자 페터 혼눙(Peter Hornung)이 취리히의 지속가능한 면모를 소개한다. 취리히는 어딜 가든 물이 멀지 않다. 호수의 리도 수영장이나 강가 수영장, 물가에 접한 바와 수정같이 맑은 식수가 흐르는 분수대를 취리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취리히에서는 여름철 내내 어디를 가든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라운드 리버스라는 레이블을 만든 페터 혼눙은 리마트(Limmat) 강이 언제나 깨끗하고 맑게 유지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리마트 강에서 건져 올린 플라스틱을 이용해 수영복을 만든다. 


▲ 리마트의 아침

이른 아침이면 도시는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첫 햇살은 오버러 레텐(Oberer Letten)에 있는 수영장에 입을 맞춘다. 아름다울 정도로 고요한 그곳에는 전날 밤의 흔적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페터 혼눙은 타월을 보관하고, 청량한 리마트 강에 몸을 던진다. 강에서의 수영 덕분에 라운드 리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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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한 페트병

2018년 무더운 여름날 페터는 리마트 강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바로 페트병이었다. 이런 병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문의했는데, 레텐 발전소에서 돌아온 답변은 심각했다. 떠내려온 쓰레기는 발전소가 따로 모아 소각시킨다는 거였다. 분리수거를 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답변이었다. 그때 떠오른 페터의 아이디어가 ‘페트병의 환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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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복을 디자인하는 건축가

건축을 공부한 페터에게 이 아이디어는 적시에 떠오른 셈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찾을 무렵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당장 페트병 쓰레기와 싸우기로 다짐한다. 병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는 그의 마음에 울림을 주었고, 페트병을 환생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 페트병을 재활용 순환 고리에 넣기

간단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과정은 꽤 복잡했다. 페터의 고집이 마침내 빛을 보았다. 페트병이 수영복, 그리고 거기에 더해 겨울 외투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강에서 플라스틱을 건져낸 뒤, 다른 형태로 다시 물로 되돌아간다.” 라운드 리버스라는 이름이 품은 뜻이다. 제작 과정의 모든 단계는 140km 반경 내에서 이뤄진다. 페트병은 투르가우(Thurgau)에서 작은 조각으로 절단된다. 그리고 나면 플라스틱 조각을 녹여 압축 펠릿으로 만들고, 티치노(Ticino)로 옮겨져 폴리에스테르 실로 뽑게 된다. 이렇게 완성된 직물은 북부 이탈리아에서 수영복으로 제작되고 포장된다. 가장 단거리 이동 경로를 이용해 물류 운송을 하고, 전체 공정에서 공정한 근무 환경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그다. 재활용 직물은 유럽에서 생산된다 하더라도 약 30,000km의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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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생산 체인을 통해 강물 쓰레기를 소각하는 것보다 적은 탄소를 배출하는 수영복을 제작하고, 최소한의 노동력을 요구한다. 수영복의 의식적인 생산은 색상과 디자인을 선택할 때도 반영된다. 유행을 타지 않고, 절제된 색상과 디자인을 고집한다. 


▲ 리마트 강에서 페트병을 어떻게 수거할까?

사장님이 직접 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그는 레텐 발전소로 가서 구명조끼를 입고 쓰레기 줍는 도구를 집어 든다. 그가 리마트 강에서 보내는 시간은 일주일에 평균 1시간으로, 강에서 약 200개의 빈병을 주워 올린다. 그리고 나면 취리히에서 색깔별로 분리한다. 투명한 병만 공정에 투입될 수 있고, 다른 병은 재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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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수영복에는 4개의 병이 필요하고, 여자 수영복에는 6개가 필요하다. 비키니라면 2개면 된다. 겨울 외투에는 16개의 병이 소요된다. 2019년 여름부터 2022년 12월까지 페터가 리마트 강에서 건져올린 병은 41,200개 정도다. 


▲ 물에서 만난 도시

취리히는 어디서든 물이 흐른다. 도심에 있는 1,200개의 분수대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물이 어디나 가깝게 흐른다. 그래서 취리히 사람들은 항상 수영복을 들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에 뛰어드는 게 습관적인 일상이다. 도심 한복판이나 강가 및 호수 수영장은 매력적으로 단장되어 있고, 문화 행사도 이런 물가에서 열린다. 야외 시네마나 극장 프로그램이 물가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 취리히 한복판 숨겨진 보물

맑은 여름날 도시의 그림 같은 산책로를 찾는다면 샤첸그라벤(Schanzengraben)으로 향해보면 좋다. 과거에 군사 방어 시설이었던 곳으로, 지금은 초록 산책로이자,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목조 산책로와 사암 돌길을 건너고, 취리히 기차역에서 뷔르클리플라츠(Bürkliplatz) 광장까지 이어지는 과거 요새를 따라 지그재그로 길이 이어진다. 올드 보태니컬 가든(Old Botanical Garden)과 다양한 물가 레스토랑도 지난다. 물속, 물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액티비티도 준비되어 있다. 수영, 스탠드 업 패들, 카약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물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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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 파라다이스

사파(Saffa) 섬은 도심 외곽의 란디비세(Landiwiese) 공원 건너에 있다. 취리히 호수에 있는 작은 섬으로, 수영을 하기에 무척 좋다. 페터도 그렇게 말한다.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고 사파 섬에 오는 데 겨우 10분 밖에 안 걸려서 좋죠.” 선탠 공간이 있는 사파 섬은 취리히 사람들이 쉬어가며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이 섬은 1958년에 인공으로 조성된 것으로, 제2회 스위스 여성 워크 전시(Swiss Exhibition of Women’s Work: SAFFA)의 일환으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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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물놀이

“도심의 작은 오아시스”라고 페터는 취리히 한복판 리마트 강에 바로 접한 카페-바, 누드(Nude)를 설명한다. 분주한 일상에서 한껏 벗어난 분위기다. 커피나 칵테일을 찾아 이곳에 들른 이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짭짤한 아몬드, 올리브, 파메잔 치즈 같은 스낵도 인기다. 특히 베이글 샌드위치가 인기다. 


▲ 호숫가 산책로

약 1800년 경, 취리히 호수 하부 쪽에 취리히 최대의 공원이 조성된다. 취리히는 강을 따라 형성된 작은 도시가 호숫가 큰 도시로 변모한 계기가 되었다. 호숫가 산책로는 취리히 시민들 모두가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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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크림이 주는 행복

“젤라티 암 제(Gelati am See)”라고 써 붙인 자그마한 아이스크림 카트를 리스바흐(Riesbach) 항구 호숫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취르허 운터란트(Zürcher Unterland)의 저지대에 있는 소규모 농가에서 공수한 유기농 우유를 비롯해 최상의 재료를 사용해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군침 돌게 만드는 빛깔이다. 아이나 어른 모두 자기가 고른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기 위해 잔뜩 기대에 부풀어 줄을 선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맛은 피스타치오에요.”라고 페터가 말한다.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호숫가에 앉아 있노라면, 바닷가에 와 있는 기분이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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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와의 댄스 - 발레 지역의 야생 허브가 가진 비밀


소극적으로 관찰만 하는 대신 자연의 일부가 되어보고 싶다면, 기욤 베쏭(Guillaume Besson)을 만나봐야 한다. 인류식물학자인 그는 발레(Valais) 주에 있는 덩 뒤 미디(Dents du Midi) 지역에서 야생 허브를 찾아가는 하이킹을 안내한다. 자연이 가진 온전한 힘을 느껴보고, 다채로운 면모에 눈을 뜰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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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 뒤 미디 지역

덩 뒤 미디는 발레 주, 샤블레(Chablais) 한복판에 있다. 체력이 좋다면, 3,000m 급의 봉우리가 이어지는 파노라마를 기대해 봐도 좋다. 다채로운 아웃도어 액티비티도 찾아볼 수 있다. 하이킹 트레일의 다양성과 야생 허브가 특히 돋보인다. 


자연과 식물에 대한 사랑과 모험심이 덩 뒤 미디에서 소록소록 자라난다. 기욤 베쏭은 각종 야생 허브와 식재료 및 약재로서의 효능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 이 지역 허브 하이킹을 운영하는데, 참가자들과 그 비밀을 나눈다. 마지막에는 하이킹 동안 발견한 야생화 허브를 맛볼 수 있다. 


샹페리(Champéry) 위의 능선에서 기욤 베쏭은 세 명의 참가자에게 주니퍼의 특징을 설명하다 말고 갑자기 하늘을 가리킨다. 거대한 새가 원을 그리며 날고 있다. 웅장하고 조용하게, 세 마리의 그리폰 독수리가 하이커들 머리 위를 난다.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이 순간에 매료되어 자연과 하나가 된다. 이게 바로 기욤 베쏭이 허브 하이킹을 통해 이루기 원하는 바다. 자연의 모든 면모에 대해 마음을 열고 놀라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주니퍼로 다시 돌아가 열기의 부족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증세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말린 주니퍼 베리는 기분을 증진시키고 정신을 맑게 한다. 베쏭과 허브 하이킹 그룹은 현지에서 “엠프레스(Empress)”라고 부르는 식물과 마주한다. 발레의 노년층 사이에서 칭송받는 식물이다. 관절염에 특효약이다. 


기욤 베쏭의 여정은 언제나 모험 같은 면이 있다. 계속 땅을 바라보며 걷는 대신, 식물 옆에 서서 덩 뒤 미디 지역의 개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다. 크루아 드 퀼레(Croix-de-Culet) 근처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 고원에서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그 광활함과 깎아지른 절벽이에요.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라고 기욤이 말한다.


그가 말하는 졀벽은 덩 뒤 미디 산맥으로, 3km 길이의 산맥에 7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 높이가 거의 같은 특징이 있어, 이 지역의 트레이드 마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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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 개 봉우리를 품은 산맥

이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향하는 데는 여러 도시에서 단 몇 시간이면 된다.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관광 리조트 중 하나인 샬레 마을, 샹페리까지는 기차를 타고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샹페리에서 빨갛고 하얀 곤돌라를 타면 크루아 드 퀼레까지 올라간다. 이 지역은 포르트 뒤 솔레이(Portes du Soleil) 스키장의 일부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 최대의 국경 스포츠 지대다. 


기욤 베쏭의 하이킹에는 오르막도 내리막도 있고, 화려한 풍경과 흥미로운 야생 허브가 꾸준히 등장하는 들판도 지난다. 돼지풀, 서양톱풀, 분홍바늘꽃을 마주한다. 분홍바늘꽃은 여름철에 피어나는데, 알프스 들판에 보랏빛 베일을 씌운 듯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식용 꽃은 우리의 음식에 색채를 선사해 주고, 눈 호강을 시켜주죠.”라고 기욤이 말한다.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면 플렝 시엘(Plein Ciel)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주방을 구경을 할 수 있다. 과거에 이용했던 곤돌라와 체어리프트 역을 개조해 만든 호텔로, 산 위에 있다. 캐러웨이로 맛을 낸 치즈에 들판에 피어나는 겐티안 꽃으로 만든 겐티안 와인 한 잔을 곁들인다. 분홍바늘꽃이 식용 꽃으로 접시를 장식하고, 단연코 돋보인다. 호텔 플렝 시엘의 테라스에는 황금빛 저녁 햇살이 가득 찬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맛보는 음식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저녁 늦게 그룹은 테라스에서 다시 만난다. 별빛 가득한 하늘이 덩 뒤 미디 위로 펼쳐진다. 완전한 고요 속에서 맛보는 찬란한 풍경이다. 


기욤 베쏭과의 체험은 강펀치를 날리는 순간순간을 선사해 준다.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그의 일은 무척 사랑하는 그다. 우리의 자연이 선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약재나 요리의 관점과 상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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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협조] 스위스 관광청 www.MySwitzerl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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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지속가능한 목적지. 취리히 도심도, 발레 들판도 지속가능한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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